마블 영화에 숨은 SF 소설의 스토리들
슈퍼히어로가 과학소설에서 빌려온 아이디어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랜차이즈 영화다. 얼마나 좋아했던지 여러 번 보았다. 그래도 전혀 물리지 않은 이유는 그 안에 있는 철학이 수많은 소설가들이 밤을 새우며 완성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즉 이 시리즈가 단지 액션과 히어로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작품들 속에는 20세기 소설 SF 소설에서 다뤘던 주제와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이 글에서는 마블 영화 속 장면들을 중심으로, 어떤 SF 소설들의 철학과 설정이 차용되었는지를 살펴본다.
1. 『아이언맨』 시리즈 – 아시모프의 로봇 윤리
토니 스타크는 인공지능 자비스(J.A.R.V.I.S.)를 통해 아이언맨 슈트를 조종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판단을 내린다.
예를 들어, 『아이언맨 3』에서 토니가 자비스에게 원격으로 슈트를 날려 보내 자신을 보호하게 하는 장면은, 인간과 AI 간의 신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토니 스타크가 원격으로 자비스를 조종하는 장면 / 출처: 유튜브 Oneview 채널
이 구조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 I, Robot 』에서 정의한 '로봇 3원칙'의 철학과 유사하다. 인간을 해치지 않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며,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규칙은 자비스와 프라이데이(F.R.I.D.A.Y)의 행동 방식에 반영되어 있다.
2. 『닥터 스트레인지』 – 시공간 인식과 다차원적 현실
『닥터 스트레인지』(2016)에서 스트레인지는 카마르타지에서 훈련을 받던 중, 에이션트 원에게 미지의 차원으로 던져지는 장면이 있다. 그의 의식은 수없이 많은 차원을 빠르게 통과하며 비물리적 존재로 해체되기도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멀티버스를 체험하는 장면 / 출처: 유튜브 Oneview 채널
이 장면은 어슐러 K. 르 귄의 『 The Lathe of Heaven 』이 다루는 "의식이 현실을 재구성한다"라는 설정과 유사하다.
또한 아서 C. 클라크가 말한 "충분히 발전한 과학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예시이기도 하다.
3. 『앤트맨』 – Fantastic Voyage와 양자 세계
『앤트맨』(2015)과 『앤트맨과 와스프』(2018)에서 등장하는 'Quantum Realm'(양자 영역)은 물리적 크기를 초월한 미시 세계다. 스콧 랭이 소형화되어 이 영역에 진입하는 장면은, 마치 분자 수준의 구조 속을 여행하는 듯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양자 세계로 진입하는 앤트맨 / 출처: 유튜브 드레싱판다 채널
이 설정은 1966년 영화 Fantastic Voyage와 아시모프가 소설화한 동명 작품에서 유래된 구조다. 당시 영화에서도 과학자들이 작아져 인체 내부를 탐험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블은 여기에 양자역학 개념을 더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 Star Maker의 우주 의식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2017)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에고(Ego)'는 자신을 살아있는 행성이라 소개한다. 그는 생명체를 창조하고, 자신의 의지를 은하계 전체로 확장시키려 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에고 첫 만남 장면 / 출처: 유튜브 Oneview 채널
이러한 개념은 올라프 스테이플던의 『 Star Maker 』에서 등장한 ‘우주적 존재’ 개념과 유사하다. 소설에서는 의식과 존재가 은하 규모로 확장되며, 진화와 창조가 반복되는 우주적 서사를 다룬다.
5. 『어벤져스: 엔드게임』 – 시간여행과 다중우주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는 히어로들이 과거로 돌아가 인피니티 스톤을 수집한다. 이때 과거의 선택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또 다른 타임라인을 생성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어벤져스 시간 강탈 작전 개시 장면 / 출처: 출처: 유튜브 Oneview 채널
이 설정은 H.G. 웰스의 『 The Time Machine 』이 시작한 시간여행 SF의 전통을 잇는다. 또한 필립 K. 딕의 『 The Man in the High Castle 』처럼, 선택에 따라 현실이 갈라지고 병존할 수 있다는 다중우주 개념과 연결된다.
6. 『로키』 – TVA와 다중 시간선
Disney+ 시리즈 『로키』(2021)에서는 TVA(Time Variance Authority)라는 조직이 등장하여 "신성한 시간선"을 관리하고, 가지치는 사건들을 차단하려 한다. ‘변이자’ 로키는 다양한 시간선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신성한 시간선 관리자로 돌아온 로키 / 출처: 유튜브 디즈니+ 채널
이 시리즈는 Blake Crouch의 『 Dark Matter 』에서 소개된 “선택이 현실을 분기시킨다”라는 설정과 직접적으로 겹친다.
또한, 필립 K. 딕이 자주 다룬 주제인 "진짜 현실은 무엇인가?"에 대한 탐색과도 일맥상통한다.
마블 영화는 화려한 시각효과와 액션으로 주목받지만, 그 내면에는 소설 SF 문학에서 차용한 깊은 철학과 설정들이 녹아 있다.
AI의 윤리성, 다차원 우주, 시간 여행, 존재의 본질 등은 모두 과거 SF 작가들이 고민해온 주제들이다. 마블은 이를 대중적으로 재해석해 영화 속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통합시켰다.
앞으로 저와 함께 몇 달 동안 SF소설 속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William Gibson의 Neuromancer로부터 Francis Bacon의 New Atlantis까지 대략 20여권의 소설들을 방문해 볼 예정이다. 물론 독자들이 좋아한다면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소설들 속으로 발 도장을 찍은 사람은 SF 영화 장면 하나하나가 훨씬 더 풍성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IT 분야나 미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미래를 그려내는 생각의 소재로서 이 소설들을 필독하는 것을 추천한다.

박 우 진
㈜이랜서 대표이사/CEO
고려대학교 공학석사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SEIT 수료
청와대 직속 '경제노동사회 위원회 위원’ 활동
정통부장관상, 일자리창출 방통위원장상 수상
(주)이랜서(ELANCER)는 2000년에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IT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입니다. 26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기업과 프리랜서 간의 이상적인 매칭을 지원하며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