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530 박우진 칼럼] 불황이 닥쳤을 때, 기업이 진짜 해야 할 일
프리랜서를 활용해 비용을 줄이고, 혁신을 키우는 법
경기가 식어간다는 것은 결국 '확신의 시대'가 끝난다는 뜻이다. 확실했던 매출이 흔들리고, 예측 가능했던 고객이 사라지고, 조직은 더 이상 과거의 공식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이럴 때 기업이 가장 먼저 손대는 곳은 인건비다.
하지만 줄이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건널 수 없다. 진짜 해답은, 조직의 구조 자체를 유연하게 바꾸는 일에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프리랜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불황기에도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우진 대표 /사진제공=㈜이랜서
고정비에서 변동비로 ― 인력 채용 구조의 전환
기업의 비용 중 가장 경직되고 비싼 것은 정규직 인건비다. 반면에 프리랜서는 필요한 만큼만 쓰고, 끝나면 멈출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정규직 중심의 고정비 체계를 프로젝트 기반의 변동비 구조로 전환하면 기업은 불황에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한 국내 IT 기업은 이랜서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를 단기 프로젝트 단위로 구성한 결과, 8개월짜리 개발 일정이 7개월로 단축되고, 전체 비용의 20% 이상을 절감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는 유지 보수 팀만 남겨 불필요한 고정 인건비를 완전히 제거했다.
외부의 시선이 내부의 고인물을 깨운다
불황의 더 큰 문제는 돈이 아니라 고인물 문화이다. 조직이 닫히고, 사람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시된 일만 하게 된다. 이럴 때 다양한 산업을 넘나든 프리랜서들은 조직 안에 새로운 공기를 불어 넣는다.
한 중견 브랜드 기업은 제품 리뉴얼을 앞두고 정규직 대신 외부 프리랜서 기획자와 디자이너를 투입했다. 그들은 사내에서는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젠지 세대를 위한 새로운 콘셉트를 제안했고, 그 프로젝트의 성공적 론칭의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오래 지켜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외부 전문가의 시선은 단순한 보조 인력이 아니라 조직이 잃어버린 창조적 긴장감을 되살리는 촉매제다.
국경을 넘는 협업, 새로운 경쟁력
이제 프리랜서의 세계는 국경이 없다. 일본의 한 스타트업이 한국 개발자와 협업하고, 한국의 스타트업이 동남아의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만든다.
저자가 최근 일본 현지에서 만난 한 IT 기업 대표는 "현지에서는 실력 있는 개발자를 구하기 어렵지만, 한국의 프리랜서는 수준이 높고 책임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글로벌화로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국제 협업을 추진하는 주체 중에는 오랜 기간 프리랜서 생태계를 다듬어온 플랫폼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랜서(Elancer) 같은 기업들은 오랜 기간 국내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일본 등 해외 기업과 인재를 연결하며 한국형 프리랜서 모델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불황은 위기가 아니라 진화의 시간
경제는 주기적으로 흔들린다. 하지만 기업이 이 시기를 단순히 버텨야 할 시간으로만 본다면 다음 사이클의 파도 위에 설 기회를 놓친다.
불황은 조직이 더 가볍고 유연해질 수 있는 계기다.
내부 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던 일을 프로젝트 단위로 쪼개고, 그에 맞는 외부 인재를 유연하게 연결하는 방식. 이런 구조적 전환이 이루어질 때 기업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새로운 수익의 구조를 만든다.
맺으며: 일하는 방식이 바뀔 때, 경제는 다시 숨을 쉰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정규직이라는 안정의 프레임 속에서만 일해왔다. 하지만 불황은 그 틀을 깨는 계기가 된다.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의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용기다. 프리랜서와의 협업은 그 출발점이다.
결국 경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일하는 방식이 바뀔 때 경제는 다시 숨을 쉰다.
[T1530 박우진 칼럼]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IT 인재 매칭 플랫폼인 ㈜이랜서 박우진 대표가 IT 관련 트렌드, 일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25년 차 프리랜서 전문가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칼럼입니다.
박우진 ㈜이랜서 대표/CEO
프리랜서 전문가
고려대학교 공학 석사
스탠포드 경영 대학원 SEIT 수료
청와대 직속 '경제 노동 사회 위원회 위원' 활동
정통부 장관상, 일자리 창출 방통위원장상 수상